[홍콩 3박 4일]2024 홍콩 DAY4_타이쿤/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빅토리아 덕/헤리티지1881

2026. 8. 24. 15:24The Journey/in China&Taiwan

홍콩여행 마지막 날에 대한 이야기이다. 백종원 유튜브에 나왔던 싱흥유엔 차찬탱에서 시작해서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 그리고 센트럴 마켓, 덩라우벽화 타이쿤에 대한 내용이다. 저녁식사 맛집인 베이징덕 맛집 빅토리아 덕 에 관한 얘기와 사진 찍기 좋은 야경 명소 헤리티지 1881에 대해 포스팅해 본다.

 

Intro

 

 

 

홍콩의 아침을 열다! 싱흥유엔

 

 

3박 4일 여행의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정확히는 다음날 새벽 2시 비행기)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에 뭔가 아쉽긴 하지만, 여행이란 본래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야 다시 떠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서늘한 아침 공기 대신 습기를 잔뜩 머금은 뜨거운 바람이 콧등을 간지럽히는 홍콩의 아침.

화려한 마천루 사이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홍콩 사람들의 진짜 아침을 만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섰다.

 

버스에 앉아서

 

여행을 가서 대중교통을 타면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창밖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는지, 골목 풍경들은 어떤지, 이곳의 교통문화는 어떤지 파악할 수 있다. 특히나 더워서, 힘들어서 자칫 놓칠 수 있는 거리의 풍경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순간들을 경험할 수 있다.

 

아침식사 장소로 방문한 곳은, 홍콩의 독특한 문화인 차찬탱(茶餐廳, Cha Chaan Teng)을 체험할 수 있는 길거리 포장마차인 싱흥유엔(勝香園)이라는 곳이었다.

 

 

 

 

 

 

출처:: tvN D ENT 유튜브 캡쳐

 

이런 로컬 감성이 좋다. 꾸며지지 않은 게 좋고, 진짜 현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사실이 좋고, 독특한 문화가 느껴져서 좋다.

소박하다 못해 다소 투박한 길거리 포장마차의 모습을 한 이곳.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주방과 좁은 테이블, 그리고 모르는 이와 자연스럽게 어깨를 맞대고 앉는 합석 문화까지. 꾸며지지 않은 생생한 현지의 삶 한가운데로 불쑥 걸어 들어온 듯한 묘한 설렘이 번졌다.

 

길거리 한복판
위생과는 거리가 살짝 있는 주방

 

많은 이들이 이곳의 시그니처, 토마토라면을 찾는다. 캔 토마토를 으깨서 라면 육수를 만드는 것인데, 평이 매우 좋았다. 다만, 나는 조금 더 달콤하고 여유로운 조합을 선택했다. 크리스피번, 그리고 아침부터 찌는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동윤영' 한잔

 

주문한 크리스피번 그리고 동윤영

 

간단히, 그리고 빠르게 먹는... 우리나라의 김밥천국 같은 포지션의 음식이어서 아주 풍미 깊은 맛을 기대하면 안 된다. 맛으로 먹는다기 보다는 그냥 현지인 아침식사 체험한다는 생각이 더 적절하다.

크리스피번 빵은 딱딱한 부분 없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토스트가 잘되어 있어 바삭거림이 일품이었다. 설탕과 연유가 함께 뿌려져 있었는 데, 연유가 빵 안으로 촉촉이 베어 들어서 먹는 내내 고소함을 유지시켜 주었다. 동윤영은 생각보다 아주 흔한 맛이어서 놀랐다. 한마디로 '맥심'커피다. 아이스 믹스커피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뭔가 꿀맛이 살짝 나면서 더 달짝지근한 느낌? 믹스커피를 한번 채에 걸러서 걸쭉한 느낌은 제거한 아이스커피다. 더운 날에 땀을 많이 흘렸다면 당 충전 용도로는 합격점. 

 

맛으로만 따진다면 굳이 찾아갈 이유는 없어 보이는 차찬탱이다.(무려 외부라서 덥고, 테이블은 좁고, 합석이라 불편하고...)

 

 

 

쉬어가기 좋은 곳, 센트럴마켓

 

딩 숲 한복판,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각형의 콘크리트 건물이 있다.

화려한 유리창과 높이 솟은 마천루 사이에서 묘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곳, 바로 홍콩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이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위치한 공간 입구에 위치한 이곳은, 무더위를 피해 가기 좋은 공간이다.

 

 

 

 

 

한때는 매일 아침 시끌벅적하게 손님을 맞이하던 활기찬 전통 시장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가장 다정하게 호흡하는 공간이다.

 

 

오래되어 보이는 계단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뭔가 친숙한 듯, 친숙하지 않은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일반적인 시장이라기보다는 MZ세대가 좋아할 것만 같은 화려함과 귀여움이 가득한 물건들이 눈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따스한 감성의 조명...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흘러나와 아늑한 공기를 뿜어낸다.

 

 

아기자기한 디자이너 숍과 로컬 브랜드 상점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홍콩 청년들의 참신한 감각 속에서도 옛 홍콩의 추억을 간직하려는 따뜻한 노력이 느껴진다. 작은 소품 하나, 벽에 걸린 사진 한 장에도 이 공간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이들의 삶과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듯하다.

 

 

 

경쟁에 치여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가는 홍콩인들에게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자,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홍콩이라는 도시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기회였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여행자조차도 달리는 기차 속도에 맞춰 뛰어야 할 것 같은 속도에 살짝 지쳐있다면... 무더위를 피해 숨 고르기를 할 공간이 필요하다면, 마음도 몸도 충전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 여유를 즐기며 공간 속에 멈춰 있어도 좋은 센트럴마켓을 추천해 본다.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

 

 

트럴 마켓을 빠져나와 빽빽이 들어서 있는, 엄청난 열기를 내뿜으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건물들을 지나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홍콩의 심장 혹은 동맥이라 부를 수 있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할 수 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경사로 위에 거짓말처럼 길게 뻗은 초록색 지붕의 구조물. 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에스컬레이터 시스템이자 홍콩의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명물이다.

 

입구에서 환영해주는 비둘기씨..여기도 닭둘기가 있나보다.

 

1990년대 초, 홍콩의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미드레벨 주거 구역 지역 주민들의 출퇴근을 돕기 위해 건설된 이 시설은 정말 실용적 이게도 오전시간에는 본섬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언덕에서 아래쪽 방향(하행선)으로 운영되고, 오후에는 언덕 위를 향해 자정까지, 점점 더 재밌어지는 거리를 향해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에서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가 재밌는 이유는 중간중간 내리면서 구경할 수 있는 수채화 같은 홍콩의 풍경들 덕분이다.

 

발길이 닺는 대로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걸어본다. 홍콩스러운 음악을 들으며 카메라를 들고 사냥을 시작한다.

웅성거림이 들리고 흥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연기가 나오고, 붉은빛 조명 아래 싱싱한 과일과 채소가 상점가에 대롱대롱 걸려있는 모습이 보인다. 홍콩답게 좁디좁은 골목을 주고 양옆의 가판대의 모습이 보인다. 조용히 걸어 올라가며 시장에서의 모습을 지켜본다. 

 

 

골목시장의 정겨운 느낌

 

 

어디선가 김이 모락모락 나고, 향긋하면서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살포시 건드린다. 시장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먹거리이리라.. 낡은 형광등 불빛 아래 붉은색 나시를 입은 주방장이 땀을 흘리며 음식을 준비하고, 그 옆으로는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잔상이 영화 <중경삼림>의 한 장면처럼 잔잔한 잔향을 남긴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낯선 언어들... 

낯선 언어들....

낯선....

 

아니다 익숙하다?

 

 

홍콩 미드레벨 구역에서 한국을 볼 줄은 몰랐다. 해외에서 한국인들 만나면 반갑듯이(물론 일본같이 너무 많은 곳 말고) 한국술집을 홍콩에서 보다니! 놀라웠다! 이토록 K-푸드가 인기 있을 줄이야... 심지어 정 넘치는 '부산'이란 이름이라니...

 

 

때로는 파워 J처럼 계획적으로 다니는 것도 의미 있지만, 성격의 틀을 깨트려 무계획으로 돌아다니는 것 또한 신선한 자극을 안겨준다.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 주는 즐거움 또한 여행에서 밖에 느끼지 못하는 특권이리라

 

 

 

길거리 스냅이 좋은 이유는 색다른 시선을 기를 수 있는 연습이 되기 때문이다. 그저 일상적인 길거리, 그저 그런 관광객, 그저 그런 조형물들도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한번 더 구도를 생각해 보기 때문에 나만의 시선을 기르는 연습을 하기 좋은 기회가 된다. 

 

압도되는 높이를 자랑하는 건물들 사이에 난 좁은 언덕길을 오르며 인간의 한계를 느끼고,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거리를 누비는 관광객들을 보며 웃음이 전염되고, 녹이 슨 파이프 곁으로 그라피티에 뒤덮여 있는 주황색 타일 벽면을 보며 어떤 사연이 있을까 추측해 본다.  빠르게 지나가기보단 천천히 보는 습관. 사진 생활을 하면서 익힌 멋진 습관이다.

 

 

 

덩라우벽화

 

쨍한 푸른빛 바탕 위에 빽빽하게 그려진 옛 홍콩의 아파트 풍경. 지금은 없어져버린 지난 시절의 향수를 한 컷의 그림으로 잘라 기록한 듯 그 벽화 앞에 서있으면, 비좁지만 따듯했던 옛 홍콩 사람들의 삶 속으로 불쑥 들어온 듯한 아련한 기분에 휩싸인다.  

 

비록 상징적인 공간이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공간이지만 장소 자체로만 따지면 크게 매력이 느껴지기보다는 인스타 포토존의 느낌이 나기도 한 공간이었다. 왕복 2차선 언덕길 중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가끔은 질서를 안 지키는 사람들 때문에 클락션 울리는 소리가 흔한 것은 덤이다. 인도 폭이 좁고 인원은 많으니 잠깐 보는 용도로만 가 볼 것을 추천해 본다.

 

 

홍콩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었더라도, 홍콩 오기 전에 꼭 "중경삼림"이란 영화는 보고 오는 것을 강력 추천해 본다.

 

 

홍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약간은 차갑고 푸른, 그러면서도 따듯한 골목골목의 풍경들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홍콩 여행을 와서 보는 미드레벨에스컬레이터는 또 다른 의미일 것이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 중 하나인 '페이'처럼 에스컬레이터에서 쭈그려 앉아 유리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영화의 '경찰 663번'(양조위)이 살던 공간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에스컬레이터에서의 모습을 바라보며

 

 

 

감옥의 재탄생, 타이쿤(大館)

 

 

 

포토존이었던 덩라우벽화에서 Hollywood Rd를 따라 동남쪽으로 걷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타이퀀(大館)이라는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까지 돌아다녔으면 다양한 경험 덕에 마음으론 충전되어 있지만 높은 언덕 덕분에 산소가 부족할 것이다(?)

 

 

이렇게 생긴 건물과 계단을 따라가보자. 단단해 보이는 붉은 벽돌 담장 너머로 들어서는 순간, 소호의 시끄러운 소음은 거짓말처럼 점점 고요해지고 도심 속의 고요함이 점점 다가온다. 화려한 빌딩 숲에 둘러싸인 고요한 섬, 타이퀀(Tai Kwun)이다.

 

이곳은 본래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 사람들을 구금하고 심판하던 중앙경찰서와 감옥, 법원이 모여 있던 어둡고 엄격한 통제의 공간이었다. 빽빽한 도심 한복판에서 오랫동안 닫혀 있던 이 차가운 유산은, 세월의 이끼를 털어내고 오랜 보존과 재생 작업을 거쳐 마침내 시민과 여행자 모두에게 열린 문화 예술의 안식처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 사람들을 가두던 창살과 벽은 이제 매일 수많은 이들의 웃음소리와 예술적 영감을 품어내는 다정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

 

실제로 감옥이었던 공간은 보존해 놓아서 직접 안타까웠던 역사적 공간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전 감옥답게 들어가 보는 것도 겹겹이 쌓인 여러 문을 통과해야 본 건물에 들어설 수 있다.

 

 

타이쿤 중앙을 향해 들어가며

 

정치범 수용소...라는 개념은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단어이다. 이 공간이 그러했다. 정말 법을 어긴 범죄자들을 가둬두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제대로 된 법 절차 없이(형식상으로는 법원이 있긴 했지만) 가둬두는 공간이었다. 

 

수용소 내부

 

심지어 이곳(빅토리아 감옥이라고도 불렀다.)에서는 베트남 혁명의 지도자였던 호찌민(Ho Chi Minh)이 1931년부터 1933년까지 수감되었던 전력이 있는 공간으로 1841년 영국 식민지 시절 세워져 2006년까지 실제로 운영되던 공간이었다.

 

감옥 안으로 직접 들어가면 단 1분만 있어도 숨 막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갑갑한 느낌이 든다. 마치 옛 영화 중에 '더 록(The Rock)'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랄까? (들어가 있으면 왠지 철컥! 하고 문이 잠길 것 같은 느낌?)

 

수용소 동을 지나 걸어가다 보면 도심 속의 휴식공간이 나타나게 된다.

 

시간이 멈춰 춤추는 곳, 타이퀀 광장의 여유

 

묵직한 공기가 몸속의 구멍을 모두 막아버리는 빅토리아 감옥을 뚫고 나와 타이퀀의 중앙광장(Parade Ground)에 발을 내딛는 순간,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주변의 소음이 아득해지며 서늘하고 정갈한 공기 촉감이 온몸을 감싼다.

 

단단한 석조 건물들이 포근하게 감싸 안은 이 넓은 광장에서는 시간마저 부드러운 속도로 흘러간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벽면에 반사되어 내리쬐는 따스한 볕의 온기, 어디선가 날아오는 고소하고 쌉싸름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광장

 

홍콩의 풍경이란 보통 좁고, 바쁘며, 빽빽하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속도에 맞춰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마저 오그라들고 조급해지기 일쑤이다.

 

하지만 이 공간에 들어서,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숨을 골라본다. 그리고 몸을 묻고 눈을 감아본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의 춤사위를 눈으로 한 번, 잎사귀 사이로 차오르는 푸르른 향기를 코로 한번, 따스한 커피 한 모금의 쌉싸름함을 입으로 한번, 그리고 살결을 부드럽게 스치는 미풍을 피부로 또 한번 담아내어 본다.

 

광장에서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오감이 하나둘 여유롭게 깨어날 때, 조급했던 마음자리에는 어느덧 넉넉하고 관대한 평온이 살포시 내려앉아온다.

 

홍콩의 현대미술을 담아내다, JC Contemporary

 

광장의 고풍스러운 미학을 지나 안쪽으로 걸어가면, 스위스 건축가 헤르초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현대적인 알루미늄 건축물 JC Contemporary가 웅장하면서도 날렵한 자태를 드러낸다. 재생 알루미늄 블록을 사용해 입체적으로 쌓인 외관은 시시각각 변하는 홍콩의 빛을 사방으로 반사하며 감각적인 입체감을 선사해 준다. 그리고 무더운 더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휴식처의 공간도 마련해 준다.

 

 

갤러리 내부에 들어서면 시각적 압도감을 선사하는 특유의 나선형 콘크리트 계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매끈하고 차가운 콘크리트의 촉감과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계단의 조형미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 자체이다. 이곳에서는 동시대 작가들의 독창적이고 과감한 현대 미술 전시가 끊임없이 펼쳐지며, 과거의 역사를 담은 오래된 벽돌 건물들과 강렬한 예술적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콩의 동맥, 트램

 

 

활기 넘치는 홍콩을 느껴보는 또 다른 방법은 바로,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트램을 경험해 보는 것이다. 노선도 딱 하나밖에 없어서 길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1층에 탑승해도 되지만 2층 맨 앞 좌석에 탑승하면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기분도 낼 수 있어 흥미진진하다. 홍콩 현지인들에게 '딩딩(Ding Ding)'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트램은 1904년부터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홍콩의 거리를 묵묵히 지켜온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언덕을 내려와, 센트럴마켓을 지나 큰 길가로 향하면 트램 정류장이 보인다. 자주 다니기 때문에 시간에 딱히 구애받지 않아 좋다. 방향만 정하면 된다. 동쪽이냐, 서쪽이냐 방향만.

 

홍콩 트램지도

 

 

 

2층 앞자리에 앉아 느끼는 홍콩 특유의 습하고 더운 산들바람이 삐걱이는 창문 사이로 들어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이 스쳐 지나가는 반대방향 트램과 한자 간판들, 빼곡한 마천루 사이로 보이는 좁은 하늘, 그리고 바쁘게 길을 건너는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이 마치 한 편의 고전 필름 영화처럼 천천히 눈앞을 스쳐 간다.

 

 

그렇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동쪽으로 계속 이동해 본다.  목적지 없이 내리고 싶은 생각이 들면 내리기로 하면서 이동해 본다. 그리고 어느 공원을 바라보며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나뭇잎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공원을 방문한 여러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산책해 본다.

 

 

그리고 공원을 지나, 육교를 건너 바다가 쪽으로 향해본다. 절대 관광객이 방문할 것 같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기분, 꽤나 매력적이다. 

 

평화로운 항구

 

 

덕빅토리아/헤리티지 1881

 

 

 

홍콩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베이징덕을 못 먹은 게 한이 서렸다. 이번만큼은 계획적으로 미리 검색을 통해 멋진 뷰와 함께 베이징덕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고 하여 다녀와보았다. 큰 쇼핑몰의 내부에 위치한 '덕 빅토리아'라는 곳이었다.

 

 

엄청난 웨이팅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었고, 몇 시간 안 남은 여행을 대기하면서 보낼 수는 없었기에 저녁타임 오픈시간 30분 전에 줄 서 있었다. 무려 내 앞에 3,4명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대기 없이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안내받은 창가석

 

일찍부터 가서 대기한 이유는 바로 이 창가석 자리를 배정받기 위해서였다. 마침 해 질 녘이라서 더욱 멋진 풍경이 기대되기도 했고 말이다. 비록 날씨가 흐려서 붉은 태양을 보진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풍경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시그니처 칵테일

 

유리창 너머로 감도는 촛불의 은은한 온기(LED등이긴 했지만), 그리고 유리잔에 담긴 금색 빛깔의 칵테일 사이로 홍콩의 야경이 서서히 물감처럼 번져간다. 눈앞에 탁 트인 바다와 차분하게 일렁이는 항구의 물결은 접시 위의 황홀한 맛과 어우러져 한 편의 감각적인 시처럼 마음속에 녹아든다.

 

 

스프링롤

 

애피타이저로 주문한 스프링롤..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맛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그냥저냥 무난할 것 같은 갈색빛의 음식이었지만, 직접 먹어보니 조그만 반전이 있었다. 일단 내부에 있는 야채들의 아삭 거림이 너무나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튀김요리는 보통 안까지 푹 이어서 식감이 흐물흐물 해지기 마련인데 이곳에서 먹는 스프링롤은 아니었다. 겉표면은 갓 튀겨 나온 음식답게 정말 바삭했고 입안에서 야채의 신선함과 어우러져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야채들 중 하나였던 표고버섯이 인상적이었는데, 특유의 향은 안 나면서 말랑한 식감이 그대로였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기름이 많아 살짝 느끼한 맛이 났다는 점?

 

베이징덕

 

박수가 절로 나오는 감탄스러운 맛이었다. 오리껍질은 정말 과자처럼 크리스피 했으나, 절대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혼자 여행이었기에 한 마리가 아닌 반마리만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베이징덕을 먹는 방법인 전병과 함께 양파, 오이를 함께 소스를 찍어 먹으니 금상첨화!

 

전병이 조금은 두꺼워서 싸 먹으면 오리고기의 맛을 반감시키긴 했지만 오이와 양파의 신선한 아삭 거림이 고기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전병을 싸지 않고 먹는 편이 오리고기의 고소함과 껍질의 바삭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총 소요 금액:: 술 2종류 포함 한화 대략 7.5만 원 정도

 

 

 

 

야경 사진이 멋진, 1881 헤리티지

 

 

 

구룡반도 침사추이의 번화한 빌딩 숲 사이, 백 년 전의 시간이 멈춰 선 듯 우아하게 서 있는 1881 헤리티지는 홍콩의 격동적인 역사를 품고 있는 대표적인 근대 문화유산이다. 1881년부터 1996년까지 약 100년 간 홍콩 해양경찰 본부로 사용되었던 이 공간은 빅토리아 양식의 기품 있는 아름다운 건축미를 간직하고 있다. 

 

바깥에서 바라본 건물 전경

 

낮에 볼 수 있는 정갈함과는 다른, 어둠이 짙어진 시기의 1881 헤리티지 건물은 숨이 막힐 듯 화려하고 로맨틱한 빛의 궁전으로 변신한다. 고풍 스거론 크림색 외벽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 주황빛 조명은 마치 오래된 필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을 따라 걷고 있노라면 잠시동안 홍콩이 아닌 중세 유럽으로 타임슬립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우아하게 곡선을 그리는 테라스 아치와 정교한 철제 난간 사이로 번지는 은은한 빛의 잔상이 야자수 나뭇잎에 부딪혀 보석처럼 반짝인다. 광장 중앙에 꾸며진 화려한 조형물들과 기품 있는 광장 돌바닥 위로는 노란 알조명들이 은하수처럼 흩뿌려져 코끝을 간지럽히는 밤바람마저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산책로에 있는 나무

 

 

 

 

여행을 마무리하며...

 

 

 

홍콩의 여느때와 같은 야경

 

 

 

 

 

"단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 떠난다. 가장 소중한 순간은 이동하는 그 자체에 있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여행의 끝자락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느끼고 맛보고 경험한 것들이 많아도 뭔가 항상 빠진 느낌이다. 그래서 여행 또한 중독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는 게 재미없거나 똑같이 하던 취미가 흥미롭지 않을 때, 우리는 낯섦을 위해 또 떠난다. 그리고 먼 땅에서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번 방문한 홍콩은 나에게 중국이지만 중국답지 않은 다양한 색을 가진 꽃망울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순진하게... 도시이면서도 동시에 한적함을 느낄 수도 있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많이 걷기도 했지만 많이 배우기도 했던 이곳, 점점 더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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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스위스, 그리고 리기산(Mt. Rigi)

이번 포스팅을 통해 스위스 중부에 위치한 리기산(Mt.Rigi)을 소개해본다. 리기산의 풍경 그리고 가는 방법 자연경관 그리고 촬영동영상을 함께 포스팅해 본다. 스위스가볼만한곳,스위스여행,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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