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테우의 저녁, 내 고민의 부피가 0이 되는 순간
2026. 7. 6. 16:39ㆍThe Photograph/Photo&Essay...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짜디짠 바다의 냄새와 잘 익은 자두 같은 햇살이 그리워 무작정 바다로 향했다.
축축하고 푹푹 빠지는 모래를 밟으며, ‘여기다’ 싶은 곳에 캠핑의자를 펼쳤다. 캔을 따는 소리와 함께 들이켠 탄산음료의 청량함이 목을 타고 흐른다.
눈앞에는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윤슬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빛 고운 일렁임이 신기하게도 차가워졌던 마음을 따스하게 안아준다.
기나긴 하루의 끝.
선선해진 바람은 나를 안아주고, 붉은 노을은 내 맘을 데워준다. 그리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소리는 고생 많았던 오늘의 나를 가만히 긍정해 주는 것 같았다.
문득,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과 수억 년 동안 반복되었을 이 일몰의 스케일 앞에 서니 내 마음이 묘하게 차분해진다.
오늘 나를 괴롭혔던 문제들, 밤새 잠을 설치게 했던 불안들이 저 거대한 대자연 앞에서는 한낱 모래알보다 작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프레임 안에서 오늘 내가 짊어진 고민의 부피는 과연 얼마나 될까. 0에 수렴할지도 모르는 그 작은 흔들림에 나는 왜 그리 마음을 졸였을까.
파도가 밀려와 모래 위의 발자국을 흔적도 없이 지우듯, 바다는 그렇게 내 안의 소란스러운 계산들을 깨끗이 지워주고 있었다.
비로소 가벼워진 마음으로, 나는 오늘 하루에 편안한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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