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4. 13:26ㆍThe Reviews/@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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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재밌는 소설을 발견하다.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정말 우연히 였습니다. 그저 도서관에서 무얼 보면 좋을까... 하면서 책들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소설 제목.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 제목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전에 나온 책이여서 그런지, 베스트셀러 소설책이여서그런지, 표지가 많이 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치 오래된 유적의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습니다. 소설 책을 읽어본 것은 기욤 뮈소의 '지금 이순간'을 읽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이 기대가 됨과 동시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책 두께가 꽤나 두꺼웠기 때문이다.
작가는 누구인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실, 매우 다작을 하기로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뿐만 아니라 '용의자 X의 헌신' 이라는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창시절에 오히려 책은 커녕 만화책도 보기 싫어했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자동차 부품회사에 취직한 이후에야 본격적인 소설가로써의 면모를 보였다고 할 수 있는데 막상 소설가를 하기로 마음 먹은 후에 약 10년간은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훨씬 유명한 작가로 성공하였고 그의 작품들 중 19편의 작품은 드라마로, 7편은 영화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대중적인 작품들을 많이 많들어낸 작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작품 간에 다작의 작가인 만큼 소설의 완성도가 제각각이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인연은 이어진다, 그리고...
소설의 시작은 간단했으나 과정은 간단하지가 않았다. 추리소설 전문 작가이지만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그렇다기보단 이야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가 따듯해졌다가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제목인 '나미야 잡화점'에서 이야기는 시작하고 끝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야기는 각자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옴니버스 형식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그 것이 아니였다. 각자 다른 세상에서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그 모든 이들이 사실은 하나의 실타래로 얽혀 있음을 알려준다. 마치, 작가가 의도한 것 처럼 말이다.
‘고민 상담이에요. 공부하지 않고도 시험에서 백 점을 맞고 싶어요. 커닝도 안 되고 속임수도 안 돼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명백히 아이가 쓴 글씨였다. 그에 대한 답장이 아래에 붙어 있었다. 이건 늘 보던 아버지의 필체였다.
“선생님께 부탁해서 당신에 대한 시험을 치게 해달라고 하세요. 당신에 관한 문제니까 당신이 쓴 답이
반드시 정답입니다.”
소설의 내용 발췌
그리고 소설 중간중간, 작가는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해 준다. 마치 보면 넌센스 퀴즈 의 답변 같이 보이는 사소한 것들도 두번 읽고 세번 읽고 반복하다보면 어느새인가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주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하긴 이별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소설의 각 파트는 마지 내가 각각의 주인공이 되어진 것 처럼 자세한 심리묘사가 함께 이어지는데, 읽고 있다보면 어느새인가 내가 그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집중해서 한줄 한줄 읽다보면 어느새인가 소설책의 결말에 이르고 있음을 깨닫게되는데,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가 읽다보면 멈출 수 없듯이, 감정이입 상태에서의 독자는 이야기 읽기를 끊을수가 없게 만드는 푸근함이 기다리고 있다.
일반적인 소설처럼 기승전결을 향해가면서 점점 갈등이 고조되고 해소되는 형식과는 다르게, 그저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따듯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불편한 감정보다는 주인공들에 따라 같이 긴장하고 불안해 하며 결국엔 감사해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것이다.
각자 다른 이야기들이 합쳐져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작가는 아마도 우리가 인생에 살아감에 있어서 선택하는 수많은 결정들이 결국에는 보이지 않고, 깨닫지 못하지만 모든 주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그들의 인생을 바꿀수도 있음을... 다시 말해, 일종의 나비효과를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때로는 나에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때로는 남의 조언에 대해 반발하면서 "당신이 틀렸어요!" 라고도 해보지만 결국에는 나의 선택임을, 그리고 그 결과에 감사해야 함을 소설은 넌지시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비록, 추리 소설 전문 작가가 쓴 소설이긴 하지만, 이 소설 그 어디에도 머리를 쓰고 굴려야 할 부분은 없다. 그저,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 곁의 조언자에 대한 내용일 뿐이다. 그리고 각 파트의 주인공들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흔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소설의 주 배경인 1980년대 일본사회 기준으로는 말이다.)
그렇기에, 만약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 속에서 읽는 사람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복잡함 보다는 한편의 일본판 인간극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해주고 싶다.
비록, 나는 한번 밖에 읽지 못했지만 아는 내용을 여러번 읽어도 읽을 때마다 다른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른 상황에서 다시 읽으면 또 다르게 다가올 수 있겠다. 마치, 같은 커피를 마셔도 때에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 그리고 누구와 함께 마시냐에 따라서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맛이 다르듯이 소설도 이와 같다. 같은 글자에 같은 교훈이지만 매번 다름을 선사해준다.
추워지는 겨울이 다가오는 이 때, 따스한 조언 한 스푼 어떨까 생각해본다.
starwis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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