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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기욤 뮈소의 「안젤리크」리뷰

2023. 12. 7. 00:24The Reviews/@bout Books

기욤 뮈소의 소설 중 한국에서 출판되는 19번째 소설로서, 서스펜스 스릴러 추리 소설이다. 언제나 자신이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세상이 공정한 대우를 해주지 않아 늘 같은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진 간호사 안젤리크 샤르베, 지하철에서 불량배가 휘두르는 칼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여성 승객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추격 과정에서 총을 발사해 범인이 반신불수가 되는 바람에 여론의 비난에 직면하고 감찰까지 받게 된 강력반 반장 마티아스 타율 페르, 태어나자마자 생모에게 버림받고 새엄마를 유일한 엄마로 알고 자라지만 그 엄마마저도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게 되자 직접 진실 규명을 위해 뛰어든 의대생 루이즈 콜랑 주, 각고의 노력 끝에 영광스러운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무용수 자리에 올랐으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명성을 누린 시간은 잠시뿐 다시 무대 뒤로 쓸쓸히 사라지는 아픔을 겪는 스텔라 페트렌코의 이야기가펼쳐진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소설 작가 '기욤뮈소'

소설가 기욤뮈소는 소설가로서는 드물게 20년을 가까이 매년 소설을 발표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초기에는 로맨스와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근래 들어 스릴러의 비중이 큰 편이다. 나도 기욤뮈소의 소설을 입문한 것이 "지금 이순간( L'instant présent )"라는 소설이였고 이 작가의 특징이 시간을 되돌아가는 소위말하는 "타임슬립"류의 소설만 주로 쓰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생각과는 다르게 현실세계에 한 명쯤은 있을법한 사회의 개개인이 사건을 만들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이다. 마치 해리포터 소설책을 보듯,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욤뮈소의 소설책 표치

 

소설책의 구성방식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전지적 작가시점(작가가 각 인물의 세세한 감정까지 다 알고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으로 쓰여 있으며 마치 퍼즐처럼 각각 서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결국에는 한 사건, 하나의 장소에 모이게 되어 피날레를 맞이하게 된다. 

 

2023.11.24 - [The Reviews/@bout Books] -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기록하다(책 리뷰, 스포 X)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기록하다(책 리뷰, 스포X)

Contents 오랫만에 재밌는 소설을 발견하다.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정말 우연히 였습니다. 그저 도서관에서 무얼 보면 좋을까... 하면서 책들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소설 제목.

starwise.kr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설과의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내가 별 뜻 없이 본능적으로 행한 행동(혹은 조언)이 어떤 이에게는 큰 파장을 일으키고 그 파장이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점이다. 일종의 나비효과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은 이 공통점이 시사하는 바는 결국 "사회는 연결되어 있으니 나의 행동이나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라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프랑스인으로써, 74년생인 기욤뮈소는 놀랍게도 전업작가가 아닌,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글을 쓰는 고단한 이중생활을 하는 선생님이다. 그가 선생님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프랑스의 거대한 문학적 유산이나 작가로서의 권위보다는 글 읽는 즐거움과 살면서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일상의 소중한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모든 사물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프랑스적인 기법과 잔인한 표현, 빠른 전개 등 지극히 할리우드적인 요소가 어우러져있다. 또 비주얼 한 측면을 강조하여 영화의 한 컷 한 컷을 연상시키는 서사 구조와 영화적 긴장감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 탓에 할리우드로부터 영화화 요청을 받기도 하고 실제로 몇몇 작품은 판권이 팔린 상태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서스펜스, 미스터리, 초현실, 그리고 삶과 죽음이 더해져 있다.

 

그리고 이번 소설을 통해 그동안 꾸준히 사람들 입에서 흘러왔던 "이제는 한물간, 패턴이 똑같은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했으며, 《엘 문도》는 ‘기욤 뮈소 현상은 여전히 계속된다.’라는 말로 10년 전 프랑스 언론의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나온 홍보 예고편 정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나...

소설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 크게 4명 정도로 볼 수 있다.

"루이즈 콜랑주", "안젤리크 샤르베" , "마티아스 타율 페르" , "스텔라 페트렌코"

 

네 명 모두 사회에서 한번쯤은 볼만한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택한 삶은 독특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의 운명이 뒤틀리게 되면서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그들이
하나의 사건에 빠져버리게 된다. 무엇이 그들을 파멸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인 것일까?


 

 

키워드를 꼽자면 크게 4가지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체념, 좌절, 희망, 집착

 

 

이야기는 어느 병원에서 시작한다.

마치 운명의 만남인 것 같이 느껴졌던 전형사 "마티아스"와 "루이즈"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고
루이즈의 희망이 사건을 이끌어 간다.

 

 

 

 

빌어먹을 세상!
체념( resignation )

 

 

 

 

세상을 살다 보면 분명 나는 선의를 가지고 말하고 행동을 했지만 사회적인 비난을 받거나 거꾸로 따돌림이나 비난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면 정말 억울한 경우가 생기는데, 보통은 사람은 두 가지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주장을 하거나, 체념하거나. 형사 출신인 "마티아스"가 그러했다.  분명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적인 비난은 그를 향했다. 심지어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야 할 의사도 의학적인 진단이 아닌 "마티아스"의 행동에 대한 비난을 가하기 시작한다. 내가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은 범인보다 살려낸 생명을 보라고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결국 그는 체념을 하기로 하고 그 누구의 조언이나 의견도 듣지 않는다. 누군가 그에게 다가가면 "당신이 뭘 알아?" 하며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그런 그의 인생에 생각지도 않은 꼬마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우리 엄마의 사망 사건을 다시 조사해 주세요" 

"그러니까 형사님이 맡아주셔야 해요!"

 

그리고 체념이라는 생각아래 세상을 비관했던 그의 삶, 우중충하고 비가 내리던 그의 마음에 조금은 빛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쉽진 않았지만...

 


그는 과연 행복해 질수 있었을까?

 

형사 이미지
전직 경찰 출신인 마티아스 그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잊혀지다니!
좌절( disheartened ) 

 

 

 

인생은 눈 깜빡할 새에 지나간다고 했던가? 피나는 노력 끝에 최고의 무용수인 프랑스 파리 발레단의 "에투알"타이틀을 달고 활약했던 "스텔라 페트렌코"의 꽃은 그녀가 피나게 노력했던 시간과 노력에 비해 너무나도 빨리 땅바닥으로 져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사회에서 잊혀 갔다. 그녀는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서 그렇게도 빨리 끌려내려 지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좌절했다. 나 자신을 외면해버렸다.

보통 어르신들이 하는 얘기가 있다. "내가 한 때는 말이야~"  "내가 왕년에는~"
'에투알' 무용수 스텔라는 그 모습을 버리지 못했다. 좌절은 했지만 잊지는 못했기에 그녀는 집 내부를 발레연습장처럼 꾸미고 평상시에 생활을 할 때에도 발레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다친 그녀를 간호해주며 친하게 지냈던 "안젤리크"에게 위기에 빠진 윗집의 이웃을 도와줄 방법을 알려주는데... 애석하게도 그 방법이 스텔라에게 독화살로 돌아오고 죽음으로 내몰게 되었다.

 

그녀는 아파트에서 추락사 했다. 그렇지만 정말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난 자격 있어 
집착( obsession )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러니 앞으로 어느 누구든 너를 해하려 하면, 울기보단 물기를 택하렴

 

 그녀는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단지 앞만 바라보고 살아왔을 뿐인데 왜 이 정도밖에 안되는 걸까?
"안젤리크 샤르베"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에겐 꼭 기회가 올 것이라고.. 그리고 그 기회는 임시직으로 일하며 친하게 지내게 된 "스텔라"의 이웃 마르코 사바티니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루어졌다기보단, 독한 마음으로 그녀의 전문성을 이용해서 쟁취했다. 누구에게도 피해받은 적 없지만 사회가 잘못된 것이고 기회는 잡으면 된다!  물론, 그녀의 선택은, 그녀의 잘못된 선택은 그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늘 삶의 핵심에서 비켜나 있다. 
나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절망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나 자신을 질책한다.
p.125

 

그녀의 캐릭터는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녀는 물기를 택했다. 울기보단 물고, 상류사회로 나아가려 했다. 사바티니 따위는 그저 내가 위로 올라갈 도구이자 계단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몰랐다.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죽였던 그 누군가는 자녀가 있었고, 그 자녀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더 도망치면 도망칠 수록, 꼬리는 길어지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그 그림자를 쫓아가지 마련이다.
때로는 형사가, 때로는 딸이, 그리고 때로는 암살자가 그녀를 위협한다.

 

안젤리크 예상 이미지
간호사이지만 간호사는 아닌 안젤리크

 

 

 

 

 

분명 잘못된 걸 거예요! 그럴 리가 없어요! 희망 ( Hope )

 

 

 

분명히 잘못되었다. 우리 엄마가 그럴리가 없다. 경찰의 조사는 잘못된 것이다. 
경찰이 아닌, 사회적 정의를 믿는,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자.

 

17살의 젊은 의대생 "루이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전직 형사 출신 인물이 있는 병동으로 가서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 행위는 마치 우연처럼 보였지만 그녀에겐 철저히 계획된 행동이었다. "망할 첼로 소리"를 그만 연주하는 대신 "마티아스"에게 그녀는 말을건다.

그리고 부탁한다. "우리 엄마의 사건을 재조사해주세요. 자살일 리가 없어요!" 그리고 절대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녀의 엄마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자살할만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끈질기게 요청했다. 그리고 엄마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방법도 동원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루이즈"는 단서의 실마리를 "마티아스"를 통해 알게 된다. 비록, 그가 고약하고 난폭한 늙은( 42살이긴 하지만 ) 아저씨일 뿐이라도 그에게는 희망이 보였다. 비록 내가 원하는 진실이 아닐지라도 왠지 그가 말한다면 믿을 수 있었다. 과정은 못믿었지만 그가 범인은 분명히 찾아줄 수 있을거 같았다.

그리고 결국, 엄마의 원수를 눈앞에서 만나게 된다.

 

등장인물 예상이미지
루이즈 예상이미지

 

 

 

 

스릴러 소설을 좋아한다면...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비현실적인 인물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주인공은 아무리 총을 맞아도 살아나고 잘생기고 엄청 부자이며 초능력자이다. 그러나 소설 "안젤리크"는 다르다. 소설 속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한결 같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17살에 의대2학년이라는 루이즈는 조금 비현실적이기도..) 그래서 더욱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뭔가 결말이 이상하게 나는 프랑스의 영화와는 다르게 일반적인 교훈인 "권선징악"의 결말을 보여주지만 그 과정이 결코 지루했던 것은 아니다. 소설의 묘사 한 글자 한 글자가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기에 캐릭터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즐거운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겨울, "안젤리크"책을 펼치며 따듯한 커피를 마시다보면

어느새 차갑게 변해버린 커피잔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정말 매력적인 소설을 발견한 기분이다.

 

 

독서대상:: 스릴러, 범죄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별점::  ★ ★ ★ ★ ☆ ( 4.5 점)   

 (감점요소- 긴장 해소 후, 결말이 너무 빠르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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