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6. 17:34ㆍThe Journey/in Japan
숙소를 나온다.
그리고, 구글맵을 똭! 키고 한국에서 미리 즐겨찾기를 해놓은 맛집을 찍는다.
소요시간 약 20분... GPS위치는 잘 맞는데 핸드폰이 향하는 방향은
잘 맞지 않는다. 대충 쭈욱~가서 골목길 나오면 우회전...좌회전....ㅇㅋ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사진가의 눈으로 이리보고 저리보고 위를 봤다가
아래를 봤다가... 뒤돌아서 걸어온 길을 봤다가... 골목거리를 찬찬히 살펴본다.
일본스러움이란 무엇일까? 나는 간결함 그리고 고풍스러움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드는 장면이 나오면 수동렌즈의 촛점링을 돌려서 찰칵!
사진으로 남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빠름이 미덕이라고 배운다. 빨리 배우고,
빨리 학교 졸업하고, 빨리 연애도, 결혼도 하고 빨리 가정을 꾸리고...
그런데 나는 때로는 느려볼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느려져 보아야
내가 얼마나 왔는지도 알 수 있고, 피곤한지, 뭐가 부족하고 뭐를 잘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마음의 리듬을 조금은 느리게 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의 화려한 화면 속에 갇혀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의 아름다움을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더더욱이 내 느낌대로, 발길이 향하는 곳으로 걸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어차피 늦게 온 거, 해메이면 어떻고 또 식사를 못해도 어떤가. 누구나 멀리서 자기를
볼 줄 알아야 나의 고민과 상황을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 속에서
번화가를 지나 조금 더 정겨운 냄새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분명히 술집인데, 모두가 서 있다. 그리고 바깥이 창문을 통해 다 보인다.
연기가 나긴 하는데 음식에서 나오는 연기가 아니다. 담배 연기이다. 푸근한 마음가짐과
일본스러운 가게의 모양,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흰색 연기와
합쳐져 내가 원하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조금은 번화가로 나갈 차례...
내가 내렸던 전철역, 난카이난바 역으로 향한다. 낮에보는 역의 모습과 밤에 보는 모습은
또 사뭇 다르다. 그렇지만 낮이나 밤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역 앞을
지나쳐간다. 각자의 다른 목적지를 향해...각자 나의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음식 하나 먹어보겠다고 한참을 걷는다... 상점가를 지나는 시간 9시 40분정도...
그런데 아직도 상점가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론..대략 3명중 1명은 한국인, 1명은 중국인, 나머지 하나는 일본인.
본격적으로 음식점 소개를 해본다. 이름은 후쿠타로 ( 福太郎 ). 요즘 오사카에서 뜨는 핫플레이스이다.
도톤보리쪽에 있는 오코노미야키 하는 곳 보다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다. 여기 도착시간이 9시 50분
이 곳 영업시간이 11시까지로 알고 있는데...저녁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엄청나게 사람이 많다.
내가 막 도착했을 때엔 일종의 브레이크 타임이여서 철판들에 남아 있는 찌꺼기들을 제거하고 식재료를
다시 다듬는 중이었다. 여기가 줄인가....? 하고 줄을 스려는데...줄이 없다..?
알고 보니 가게 안 대기인원 책에 이름을 적으면 주문 받는 아저씨가 순서대로 불러주는 구조였던 것이다!
가타카나로 적음 좋겠지만, 난 그런거 모르기 때문에 영어로 적었다. LIM...
조금 뒤, 아저씨가 날 부른다.
"리무 상! 리무 상!"
"하잇!"
"메뉴 ~@!$!@#"
"하이...와카리마시타"
메뉴는 한국어 메뉴도 있다. 이 곳은 보통의 오코노미야키와는 다르게 네키야키를 판다.
차이점이라면 계란물이냐 파 썰어서 넣느냐의 차이! 여행책에서 추천해준대로
트리플 네키야키 (돼지고기 + 새우 + 오징어 ) 그리고 일본여행이라면
빠질 수 없는 나마비루!(생맥주)를 주문한다. 주문은 접수 되었지만 자리가 날 때까지
계속 무한대기 중... 배고파.... 지금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내가 가진 무기를 계속 휘둘러본다. 이렇게...저렇게...
아, 물론, 최대한 사람 얼굴이 안나오게....지금봐도 군침고인다.
원래는 주문 즉시 손님 앞에서 요리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렇기만 이 날은 유독 사람이
많았는지, 중앙에서 주문을 한번에 받고 동시에 조리를 시작한다. 맛있는 냄새가 골목거리를 가득 채운다.
드디어 내 차례! 한 명이여서 그런지 비교적 자리가 빠르게 나왔다. 나보다 인원이 많은 그룹은 나보다
늦게 들어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자리에 앉으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일본에서 꼭 마셔야
하는 나마비루! 생맥주다. 한 모금에 한 잔 다 비울 뻔 했다. 너무 시원해서!
그리고 곧이어 주문한 트리플 네키야키가 나온다.
여행 가이드 책에 나온대로, 바삭하게 구운 삼겹살이 음식의 포인트였다. 그렇지 않아도 바삭한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취향저격이였다. 저기 보이는 납작한 도구로 피자를 가르듯이 네키야키를 갈라보니
따듯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야들야들한 파, 그리고 새우 오징어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오코노미야키만 먹어보던 나로써는 새로운 세계! 돼지고기와 새우, 오징어를 섞은 파전 같았다.
처음 딱 보았을 때는 에게? 양이 작네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으니 양이 충분했다.
목마를 때는 언제나 생맥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크...이보다 좋은 순간이 어디있으랴...
신기한 것은, 분명 영업종료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사람은 더 많아졌다는 것...
내가 들어갈 때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가게에서 식사를 할건지
테이크아웃을 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게는 포장주문도 받아준다.)
소화도 시킬 겸, 근처에 있는 도톤보리 강을 한번 둘러본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많다. 차이점이라면 아직은 6월이여서 조금 선선하다는 점?
그렇게 19년도 일본에서의 첫 날은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 편은 교토! 색다른 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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