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0. 18:13ㆍThe Photograph/Photo&Essay...
몇 년 전에, 친한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일주하기로 마음 먹었던 적이 있다.
여름은 열기 때문에 안되고, 봄과 가을엔 시간이 나질 않아서 맑은 날씨가 예보된 어느 쌀쌀한 겨울 날에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려놓았다.
제주도에 20년을 넘게 살면서 차로는 수없이도 많이 가본 일주도로였기 때문에 당연히 풍경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페달을 밟기 시작한지 10분만에, 그러니까 몸이 자전거 노동에 익숙해 질 때쯤,
바닥으로 던져진 유리그릇처럼 산산조각 나버렸다. 내가 보지 못했던 광경들이 자전거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항상 빠르게만 지나가서 미쳐 보지 못했던, 스치듯이 지나가서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해안도로의 길,
그리고 길 양 옆으로 나 있는 풀들 ...그리고 청명하게 들리는, 날카로운 바람소리 없는, 파도의 출렁거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느낌은 2박 3일 동안 제주도 한 바퀴를 빙 도는 동안에 쭈욱 이어져왔다.
마치, "왜 이제야 발견했니?"라고 묻는 것 처럼 내가 몰랐던 감동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항상 빨리 빨리에 익숙해진 나였다. 그래서 남들보다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빠르게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가는 것이 당연히 옳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어 왔었다.
내 인생에 몇 번의 브레이크가 걸리기 전 까지만해도 말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듯이, 내가 걸어온 길은 항상 직선이 아니였고 여러번 넘어지고 수정되었다.
한참을 다치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내 페이스보다 훨씬 빠르게만 달리려고 해서 몸이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때 알았어야 했다.
그 때가 재정비하고 쉬어가야만 하는 타이밍이였다는 것을...
사람은 끎임없이 배운다고 했던가? 한참이 지나서야 느리게 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뒤쳐지는 것 같이 보이는 휴식의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나서야 멈춰설 수 있었다. 그리고 자전거 여행에서 그랬듯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원하는 목표만이 전부가 아니였음을... 내가 놓치고 있었던 삶의 즐거움 그리고 다양성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경주마 처럼 앞만 보고 달려오다 다리가 부러지고 나서야 주변의 풍경과 냄새...
넓은 세계를 느끼는 말처럼 말이다. (마침 내가 말 띠이기도 하다!)
내가 꼭 해야만 하는 것에만 촛점을 두고 달려왔던 게 인생의 1막이였다면, 지금 상영되고 있는 인생의 2막은
은은한 음악이 깔려있고 때로는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때로는 향기로운 꽃의 냄새가 나는 숲 속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며 일과 휴식의 균형점을 찾은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느림과 빠름 그리고 높고 낮음의 반복일 것이다. 지금도 나는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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