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6. 12:20ㆍThe Journey/in Korea
신라의 천년수도, 경주...한발짝 다아가다
COVID-19 가 좋은 면도 있는 것 같다. 해외여행을 가질 못하니 우리나라 곳곳의 좋은 곳들을 찾아서 방문하게 해준다. 그 중에 이번에 방문하게 된 곳은 바로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무덤들이 많은 곳? 수학여행의 단골코스인 이 곳은 뚜벅이가 방문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볼거리가 조밀조밀하게 모여있고 (다시말해 걸어갈만한 거리이고), 아닌 곳들도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선 버스를 타고 한번에 갈 수 있는 곳이지만, 필자는 제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경주에 가려면 조금은 복잡하게 가야한다. 비행기도 타고 시외버스도 타야한다. 정확히는 제주에서 포항까지 가는 비행기를 탔다가 포항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경주로 향해야 한다.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즐겁다. 특히 여행을 하고 있을 때 보다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서 막 시작하려고 할 때가 제일 두근두근 거린다. 마치 택배처럼 말이다... 막상 물건을 받을 때보다는 택배가 집 앞에 오기 전까지의 순간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가? )
포항과 제주는 그렇게 비행기가 많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출발하는 비행기도 많지 않다. 정확히는 진에어 하나밖에 취항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본다. 비행기에 탑승한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스크는 필수! 답답해도 비행기 안에서 꿋꿋이 착용했다.
시간이 있는 티켓인 줄 알았는데 그런거 없었다. 그냥 무조건 빨리 오는거 선착순으로 타면 되는 버스... 포항에서 경주로 향해본다. 경주에 도착하니 이미 시간은 해질녘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온 몸에서는 땀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9월의 날씨치고는 쌀쌀한 편이였지만 카메라에 렌즈에 몇일 간 지낼 옷들...혹시모를 비상약 등등... 생존 패키지를 들고다니니 힘들 수 밖에... 숙소 위치는 다행히 중앙시장 바로 옆이라 찾기가 쉬웠고 다른 곳을 여행하다가 돌아가기도 편한 곳이었다. 왠만한 버스는 중앙시장을 통과하기 때문에 야간에도 다니기가 쉬웠다. 어서 짐을 내려 놓고 간단히 카메라 가방에 렌즈와 카메라를 들고 나가본다.
별로 시간이 없다. 매직아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마법의 시간이라는 매직아워는 반드시 사진기를 들어줘야 하는 시간대이다. 가장 빛이 따듯한 색을 띄고 따듯한 빛을 받는 그 모든 것들이 이뻐보이기 때문이다. 대략 일몰 전 20분 그리고 지고 나서의 20분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숙소에서 튀어나간다... 종종 걸음이 아닌...전력질주로!!! 이 때를 잡아야해!!
가슴이 따듯해지는 순간을, 멈추다!
내가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물리법칙을 깰 수 있는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바로, 시간을 멈추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그 순간...사진 속의 시간은 데이터가 존재하는 한 영원이 멈춰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시각적 자료에 한해서이지만 그래서 살아있는 순간순간, 내가 느낀 감동을 멈춰버릴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에 좋아한다. 카메라를 위한 사진이 아니라 순간을 멈춰버리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편집은 나중에! 연사로 사진을 샤샤삭 찍으면서 경주대릉원의 입구로 이동해서 티켓팅을 하고 움직여본다. 여기서 만큼은 천천히 걸어본다.애초에 내 목적은 이 순간에 있는 것이지, 모든걸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겨놓기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다보면 좋은 장면을 찍으려고 노력하느라, 정작 그 순간에 존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주객전도가 일어나는 것이다. 감동을느끼려고 여행을 다니는 건데, 정작 감동은 사진기 속에서만 존재하고 나는 즐겁지 않은 이상한 현상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좋은 순간에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게 있다면 내가 느낀 감동이기 때문이다.
해가 점점 저물어간다. 그러면서 노을은 점점 더 붉어져가고 주변의 모든 것들은 이유도 없이 무언가 아련해지는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 경주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코스이자, 데이트 코스로도 알려진 도로가 있다. "황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도로포장 공사가 한창이여서 조금은 걷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길을 따라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아이템 샾들과 카페, 그리고 음식점들이 즐비해있었는데, 경주 답게 일반적인 건물이 아닌 각 건물이 무언가 개성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과거의 흔적, 그리고 지금의 이 순간
경리단길을 걷고 있자면, 무언가 특이한 기분이 든다. 왼쪽으로는 옛 왕릉들이 모여 있는 대릉원이 울타리 하나 사이로 보이고 맞은편인 오른쪽에는 비록 가마모양의 지붕을 했지만 카페와 음식점들로 즐비한 현대식 건물들이 보였다. 왼쪽에는 경주의 과거가, 오른쪽에는 현재도 발전하고 있는 순간의 경주가 함께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걷다보니, 배가 고파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햇던가...!! 사전에 알아두었던 피자 집으로 발절음을 옮겨본다
경주의 피자! 한조각도 충분해요, 밀리언 피자!
황리단길 근처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그 중에서도 홀로 가도 괜찮은 음식점을 찾다보니 평점이 좋은 피자 집을 발견했다. 다른 분들이 올려준 블로그 후기들을 봐도 먹음직스럽고, 특히나 옥상 테라스에서 보는 전망이 엄청 좋다는 평가가 많았다. 경주에 오면 특색 있는 음식을 먹는 게 맞긴 하지만, 저녁을 뭔가 많이 먹기엔 싫었고, 간단하게 맥주도 함께 하고 싶었기에 이 곳을 골랐다. 그리고 내 선택은 옳았다.
지붕 위에서 바라본 황리단길의 일부는, 특히나 골든아워(해가 진 20분 이내)에서 봐서인지 정말 멋진 광경을 보여주었다.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하나가 멋져보였고, 길거리 곳곳에 켜져있는 전등은 보석처럼 빛나 보였다. 그리고, 지붕 너머 먼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 차마 아름답다는 말이 안나올 정도로 우아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한창 풍경을 감상하면서 잔잔한 음악을 헤드폰으로 듣고 있으니, 피자가 준비됬음을 알려주는 진동벨이 울린다. 지이이이~잉 하면서 나를 호출한다. "음식 준비됬으니 내려오라고!"
큰 쟁반에 놓여진 커다란 피자 한 조각, 그리고 맥주... 들고 올라오면서 중심 잡느라 엄청 힘들었다. 잘못하면 엎어질거 같아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좁기도 했고....
경주에서의 첫째 날은 이렇게 마무리 되고 있었다.
(아, 물론 숙소에서 2차전을 하긴 했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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